격자무늬가 찍힌 3D 프린터 베드 위에 검은 금속빛 가오리 한 마리가 앉아 있어요. 둥근 날개 둘이 양옆으로 퍼지고, 가운데 몸체가 봉긋하게 솟았다가 가늘게 휜 꼬리로 흘러가요. 앞쪽 아래에만 작은 직사각 날이 나사 두 개로 붙어 있어요. 그 날이 없으면 책상 위 조각품으로 보일 만합니다.
이건 프린트가 끝난 뒤 베드에 달라붙은 출력물을 떼어 내는 스크래퍼예요. 디자이너 마리야 쿠추르스키가 렌더링 공유 플랫폼 렌더 위클리에 올린 콘셉트 ’RAY’입니다. 쿠추르스키는 큐브나 둥근 직사각형, 트랙 모양 같은 익숙한 형태에 질려 있었다고 해요. SubD 모델링으로 형태를 피자 반죽이나 점토처럼 주무르다 보니 가오리에 닿았다고 설명합니다.
쥐는 방식도 보통 스크래퍼와 달라요. 손 모양을 함께 그린 렌더링을 보면 손바닥이 넓은 몸체를 감싸고, 엄지는 가운데에, 나머지 손가락은 날개 밑을 받쳐요. 꼬리는 손잡이가 아니라 손목 쪽으로 뻗어 있어요. 막대를 쥐고 미는 도구라기보다 손바닥으로 눌러 밀어 넣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아직 렌더링 단계라 정해진 건 많지 않아요. 금속처럼 보이는 표면도 렌더링 효과일 뿐 소재는 정해지지 않았어요. 원문은 꼬리가 다루기에 도움이 되는지, 넓은 날개가 서랍에서 자리만 차지하지 않는지, 베드 표면을 상하지 않게 긁을 수 있는지를 열린 질문으로 남겨 둡니다. 치수와 가격, 출시 계획도 아직 없어요.
참고로 프린터 제조사 프루사는 출력물을 뗄 때 유연한 강판을 식힌 뒤 살짝 휘어 떼고, 주걱이 필요하면 판을 휜 상태에서 출력물 밑으로 밀어 넣으라고 안내해요. 평평한 판을 파고들면 표면이 상하기 쉽다고요. 스크래퍼 모양이 무엇이든 이 순서는 같습니다.